아들은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고 했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농구화를 신은 채였다. 가족들은 평소처럼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익숙한 저녁 풍경이었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은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근처 지하철역까지 헤맸다. 아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강길수씨(62)는 그렇게 사라진 아들 문상씨(2002년 실종 당시 26세)를 4년째 찾고 있다. 신분증도 돈도 없이 담배와 라이터만 들고 나간 아들은 이제껏 전화 한 통 없다. 아들은 정신질환자. 정신분열증과 우울증 등이 겹쳐 환각, 환청을 호소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강씨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장애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실종신고가 접수되는 장애인들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끝내 발견이 안 되는 장애인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 장애인 실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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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2003년/ 2004년/2005년/2006.6.30
신고 건 수/ 1,809 / 5,196 /6,182 /3,399
미발견건수/ 12 / 61 / 126 /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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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장애인 실종 신고건수는 2003년 1,800여건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증가, 지난해에는 6,200여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3,400여건을 기록, 연말까지는 7,000여건에 달할 전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실종됐다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발견 장애인 수는 2003년 12명에 그쳤지만 해마다 늘어, 올해 상반기에만 115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2003년 이후 실종됐다가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장애인 수는 모두 314명에 달한다. 신고를 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장애인 실종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복지부도 장애인 실종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실종 장애인 가운데 상당수가 전국 수천개에 달하는 정신병원과 요양원 등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복지부가 실시한 시설점검에서는 단 1명의 실종 장애인도 발견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장애인 실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위해, 실종됐다가 발견된 장애인들을 연말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정신질환 장애인 등에게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자팔찌를 보급하려고 했으나 예산이 삭감돼 진행이 어렵게 됐다.
한국복지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이은주 대리는 “길에서 우는 아이에게는 다가가 도움을 주지만 장애인이 같은 상황에 있다면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미아뿐 아니라 장애인 실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고접수 실종아동전문기관 전화=(02)777-0182
출처 :경향신문 황인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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