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리는 법조항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장애"를 이용하려는 자와의 전쟁
K씨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친구이다. 그는 M씨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K씨는 수입은 얼마 안되지만, 자신이 가진 컴퓨터 지식을 가지고 이웃을 도우며 살고 있다. M씨는 K씨를 사랑했고, 건강한 신체(健康한 身體, Healthy body)를 가진 자신보다 건강한 자아(健康한 自我, Healthy self)를 가진 남편을 존경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녀 역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M씨는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형편이 안되어 차를 운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뇌병변 장애를 가진 남편과 길을 함께 걸을때면,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면서 안쓰러움을 감출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이없는 치사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남편 때문이 아니라 남편의 장애를 이용하려는 친족들 때문이었다.
시댁을 방문한 M시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평소에 장애를 갖고 힘들게 그러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남편에 대하여 아무런 관심도 없는 친척 중의 하나가 이상한 제안을 한 것이다. "너희 집에 차를 살 의향은 없냐? 없다면 너의 남편 이름으로 LPG 자가용을 사지않겠니? 너의 형편은 안되니까 이름만 빌려주라. 내가 돈을 주고 차를 살께, 좋은 제도가 있는데 왜 묵히니...나라도 사용하면 좋지 않겠니?" M씨는 남편의 장애를 이용하여 자신의 편의를 취하려는 친척에게 강하게 항변했다. "당신같은 사람들 때문에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좋은 제도가 축소되고 있는 것을 아십니까?" 그러나 친척 중의 한 사람은 "너무 고지식한 것 아니냐?"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남편 K씨는 "장애를 가진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사람은 당신과 같이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치사한 종류의 사람이 아닙니다. 소명(Calling)을 가지고 헌신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날 치사한 싸움은 이렇게 끝났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늘도 고속도로 주차장에 서 있는 멀쩡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애인용 차량을 바라본다. 수영장 앞에 금이 그어진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옛날 장애인 마크를 구겨진 채로 올려놓은 가짜 장애인용 차량을 본다. 장애인의 인권에는 무관심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복지혜택은 기꺼이 누리려는 치사한 사람들, 파렴치한 사람들. 이러한 사람을 향한 분노는 분명히 의로운 분노라고 생각한다.
하루는 아파트 주차장에 장애인 마크가 부착된 차량이 있었다. 나는 관리직원을 불러서 차를 운전해 온 사람을 불러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려왔다. 뭐가 문제있느냐는 듯이. 그녀는 시어머니를 장애인으로 만들고, 시어머니 명의의 차를 자신이 운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버젓이 주차하고 올라갔던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무시하는 듯한 어조로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진정 당신이 장애를 가진 사람의 가족이라면, 더더욱 이러한 일을 하면 안되지요. 장애와 무관한 사람이 이런 짓을 하면 무식한 짓이지만, 장애를 가진 시어머니 차를 이용하면서 이런 짓을 하면 얼굴이 두꺼운 치한입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아픔과 불편한을 알고 있다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인권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민주주의를 훼방하는 벌레같으니라고.." 그녀는 얼굴이 벌개서 차를 빼고 달아나버렸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에서는 양심이 읽혀졌다. 이 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헌신짝 처럼 내버리고 "장애"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고 있는가?
강남 뉴코아 백화점 앞에 킴즈가 있다. 거기에는 지상 주차장이 있고, 지하 주차장이 있다. 지상 주차장에는 여러대의 장애인용 주차장이 있다. 자주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장애인용 주차장을 이용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이유는 가짜 장애인들이 그 자리를 독차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백화점 직원들이 주차관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하루 그 직원을 불렀다. 내차에 있는 장애인용 주차 마크를 보여주면서 "장애인 본인이 탐승하지 않는 자는 마크가 있어도 이 자리에 주차하도록 히면 안된다."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해 주었다. "내 말대로 장애인 본인이 탄 차에 대한 주차를 잘 관리하면 당신에 대한 홍보를 내가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5일 뒤 다시 그 곳에 갔다. 그러나 버젓이 건장한 사람들이 내리는 불법 장애인 주차관리는 계속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직원을 불렀다."이럴수가 있느냐?" 그러나 그 직원은 "장애인이 타야만 주차할 수 있니?"라는 말은 다른 직원에게 던지면서 그냥 가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그 자리에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용 마크를 탄 차를 가지고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어찌 이 곳만 그럴까? 대부분의 장애인 전용 주차장은 이렇듯 엉터리로 관리되고 있었다.
나는 먼저 장애를 가진 사람들 역시 자신의 장애를 통한 복지권을 장애와 무관한 사람에게 선심쓰듯 넘겨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치사한 전쟁"을 통해서라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 한 장애인의 권리를 축소되고 말것이다. 먼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자. 그리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특히 가족이나 친척 중에서 장애를 가진 가족의 권리를 넘겨보려는 작태에 대해서는 더욱 강하게 반발해야 한다. 바로 이것만이 장애인의 권리를 지키고, 국가예산을 효율적이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길이 될 것이다. 나아가 실질적인 장애인 권리를 확보될 것이다. 장애인 권리는 법조항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칼럼니스트 이계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