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빙수 팔며 서비스·마케팅 노하우 축적 “목표는 퇴소전 까지 1000만원 모으는 것” 오수생 원장의 도움으로 오픈 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이 주인… ‘그린비전하우스’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수지도서관 앞엔 ‘청소년 전용 카페’가 있다. 알록달록 오색 풍선으로 곳곳이 꾸며져 있고 블랙 테이블과 의자, 벽걸이형 대형 PDP TV가 들어서 있다. 옹기 종기 모여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세미나 실’(2시간 1000원)은 ‘민들레 영토’ 부럽지 않고, 1000원짜리 핫초코와 츄러스를 먹을 수 있는 스낵바는 아기자기하다.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부터 친구에게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전자키보드까지. 작지만 없는 게 없는 이 카페의 이름은 ‘그린비전하우스’. 이 카페의 주인은 ‘용인 청소년 쉼터’ 아이들.
“모든 게 다 재미있어요. 손님에게 인사하고 팥빙수를 만들고 테이블 닦는 것까지 다요.”
그린비전하우스의 막내 직원 경진(15·여)이는 “손님이 많진 않지만, 언제 올지 모른다”며 손님이 없는데도 앞치마를 꼭 두르고 있었다.
지난 7월 8일 문을 연 이 곳은 오수생(57) 용인청소년쉼터 원장이 쉼터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고안한 청소년 전용 카페다. 3년 전 오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를 개설했던 오원장이 자비를 털고 대출을 받아 ‘아이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마련한 ‘청소년 전용 일터’다.
쉼터엔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가정 환경이 어려워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머무른다. 가출 후 일탈과 방황을 거듭했던 소년도 있고, 부모에게 버려져 오갈 데 없던 소녀도 있다. 하지만 만 19세가 되면 쉼터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전에 홀로서기를 배워야 한다.
“애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는 게 뻔해요. 주유소나 식당인데, 그런 곳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또 다른 유혹에 넘어가기 쉽죠.”
오 원장은 그래서 “건전한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서 자극 좀 받으라”고 ‘청소년 카페’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를 자퇴했던 용준이(17)는 “열심히 공부해서 검정고시에 꼭 합격하고,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스스로 카페를 운영하면서 ‘서비스 정신’과 ‘마케팅 노하우’도 배우고 있었다.
“내가 맛있어야 해요. 그래야 손님도 맛있잖아요.”(경진이)
“물불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아줌마들 올 때 친해지면, 그 집 아이들이 다음에 손님이 돼요. ”(선진이·18·여)
오 원장의 바람은 쉼터 아이들이 이 곳에서 독립비용 1000만원을 모아 떳떳하게 자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1000만원을 모은 아이들에겐 임대료 값으로 100만원을 받고 내보낼 생각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가르치기 위해서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2개월이 지난 요즘도 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요즘 하루 매출은 5만원. 한 달 벌이가 3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지금 이곳은 독립이 급한 아이들 4명에게 일단 운영권이 넘어간 상태. 손님이 늘어나면, 필요한 일손도 늘고 이들이 독립하는 시기도 더 앞당겨질 것이다.
일찍 부모를 여읜 선진이는 “이 곳은 제가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해주는 계단 같은 곳”이라며 “화가가 되는 꿈을 꾸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오수생 원장은 “그린비전하우스가 쉼터 아이들의 독립을 위한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린비전하우스에선 풍선아트·토피어리·사진·요가 등 청소년을 위한 무료강좌도 열린다.
☎(031)896-7942
출처 : [조선일보 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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