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날개를 달아 준 인터넷
장애를 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이 세상은 살기 힘든 곳이다. 해서 장애인들에게 사는 게 어떠냐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힘들다'라는 대답부터 주저 없이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현실은 장애인들에게 힘든 삶은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 질문에 일일이 답을 듣자면 며칠 밤을 새고도 다 듣지 못할 것이며 그 답들에 대한 갖가지 변명과 복지적인 문제에 한계로 모두가 듣고자 하는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행동의 반경을 최대한 넓혀라
현대사회는 자기 PR시대라고 한다. 잘나서가 아니라 남들 앞에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 그들이 나를 이용해 주길 바라서다. 나를 알린다는 것은 곧 사람들이 나를 또는 나에게서 생산된 그 무엇을 타인들이 이용해 달라 또는 주목해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듯 현대사회는 전과 같이 제 자리에 앉아서 타인들이 먼저 찾아주길 바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미 이 사실은 오래 전부터 일반 사람들은 행해 왔고 요즘은 어린아이 때부터 자기를 남에게 알리는 교육을 받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니게 되었다.
기자가 사는 이곳은 시골이지만 벌써 젊은 부모들은 제 자녀가 외모적으로 좀 뛰어나다 싶으면 아이를 벌써 연예계통으로 보낼 생각부터 갖고 여기저기 연기학원이나 어린이모델 학원 같은 곳을 알아보고 있을 정도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는 유명인이 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 그중 젊은 층일수록 자기홍보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을 하고 산다. 만일 그렇게 유명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인맥의 힘도 무시 못 할 만큼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 최악의 경우 돈은 좀 없어도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면 사는 데 덜 외로울 것임엔 틀림 없을 것이며 그 중 운 좋게 지인으로 인해 좋은 일을 맞게 될 확률도 크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서라도 나의 행동반경을 넓히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 놓아야 한다. 위 말에 대해 "그렇다면 신체적으로 행동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는 우리 장애인들은 어쩌란 말인가?"라는 반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반문일 것이며 신체적인 장애로 이동권이 원활치 못한 당사자들로서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주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세월은 쉬지 않고 흐르는데 우리도 그에 맞추어 살아야지 않겠나?
옛말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모두가 알다시피 '무엇이 없어 안 된다고 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주위를 둘러봐 없는 그 무엇을 대신해 할 수 있는 걸 찾아 하면 된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말은 곧 집밖으로 나가지 못해 인맥을 늘려 갈 수 없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문명이 발달한 현대.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뀐 세상이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행동반경이 좁은 장애인들에게 사회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준 것과 비교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집안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사용을 하면 그동안 알지 못하던 세상에 눈을 뜰 것이며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은 바로 나의 인맥으로까지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런 인터넷 생활에 진정 자기만의 장기라도 선보일 수 있다면 그 장애인은 더 이상의 장애인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그동안 집안에서만 갇혀 지내던 생활과는 180도 바뀐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면서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자기 자신을 알리므로 써 더 이상 혼자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될 때 진정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예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나(박준규)!란 사람을 들 수 있다. 가진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 데다 몸까지 불편(뇌성2급)하다 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 짧은 방황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는 정말 내 삶이 막막했으며 내가 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내 자신에게 반문을 하게 되었지만 그 어린 나이에 답이 나올 리는 만무했고 지금에 와 생각하면 우습지만 '에잇 죽지 못해 산다!!'라는 마음을 먹고 정신을 차린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러면서 컴퓨터를 알게 됐고 89년인가 컴퓨터통신이란 걸 처음 접하고 얼마나 신기했던지. 정말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통로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에 앞서 워드프로세서란 프로그램은 악필인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메모지 겸 원고지가 됐으며 컴퓨터통신의 발달은 나에겐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되어 주었다.
그때부터 알게 된 사람들과는 아직까지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는다. 만일 컴퓨터통신이 없었다면 내 평생 알지 못했을 사람들과의 인연. 얼마나 소중한 일이 아닌가. 지금 생각해도 컴퓨터란 존재는 내 삶을 여러 번 즐겁게 해준 친구이며 타인들과 인맥을 이어주는 작은 중매쟁이다.
이렇듯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집에서도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 물론 몸으로 뛰는 것보단 못하지만 그냥 지내는 것과는 비교자체가 불가할 것이다. 요즘 간혹 보면 인터넷으로 인연을 맺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심심치않게 듣고 있지만 그 말은 내겐 전혀 무관한 일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한 인연에도 정이 통하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사기꾼 아니고서는 다들 내 마음과 같이 대해줄 것이다. 여기서 잠시 집고 넘어 가자면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은 직접 만나 눈을 보고 대화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 내가 생각한 것처럼 행동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거의 15년 넘게 통신을 해온 나로서도 이런 경우 상처를 받고 있다. 이런 점들만 기억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나를 알리고 인맥을 쌓는 일, 나아가서 삶의 방향마저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이다. 인터넷이란 친구가.
더 이상 장애로 인해 자신의 행동반경이 좁다고 원망치 말고 주변에 있는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끼를 펼쳐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하고픈 말은 '비장애인들이 먹이를 찾아 떠도는 하이에나라면 우리 장애인들은 자신의 몸에서 나온 줄을 넓게 치고 그 무엇을 기다리는 점잖은 거미'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에 힘을 내서 우리들만의 투명하고 깨끗한 줄을 쳐보는 것은 어떨는지.
출처 : 오마이뉴스<박준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