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ILO 총회철수 로드맵 등 악영향
한국노총은 올해 초부터 `합리적 노동운동'을 외치며 외자유치 활동에 동참하는 등 기존의 강경 일변도 투쟁과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한국노총이 벌인 외자유치 활동은 외국인들에게 전투적인 노조로 각인돼 있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기여했고 국내 노동계도 드디어 국민에게 다가서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지난달 30일 제14차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보인 일련의 행동은 한국노총이 주창하고 있는 합리적 노동운동에 심각한 회의감을 들게 했다.
한국노총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입법예고 강행 방침을 밝히고 막후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고 비판하면서 ILO 아태총회 주최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채 총회장에서 철수했다.
한국노총이 철수 근거로 밝힌 것 중 하나인 로드맵 입법예고 강행 방침은 이미 여러차례 예고된 상태여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면서까지 총회에서 철수할 만한 이유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중론(衆論)이다.
총회장 철수의 또 다른 이유인 막후 협상 내용 공개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장관은 로드맵 논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일부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부 내용들을 소개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끝나면 노사정위 관계자가 항상 브리핑을 해왔고 브리핑 과정에서 논의 내용들이 공개되는 점에 비춰볼 때 대표자회의의 논의 내용들이 특별한 비밀도 아니기 때문에 막후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한국노총이 총회장 철수를 결정하기 이전에 이해 당사자인 이 장관과 접촉해 오해를 풀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은 한국노총 주장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합리적 노동운동을 지향한다던 한국노총이 최소한의 절차(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도 거치지 않은 채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한국노총의 돌발적인 행위로 인해 1일 폐막하는 ILO 아태총회의 빛이 바래지는 것은 물론 총회 후 국내 노사정 관계 등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2일로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이 대표자회의 불참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참석하든 참석하지 않든 노정 간 갈등이 고조된 상태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울러 양대 노총이 지난해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ILO 아태총회를 1년 정도 연기시킨 데 이어 올해 총회에서도 한국노총이 극단적인 행태를 보여 국제 노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두고두고 아픈 상처로 남을 것이다.
출처 :부산 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