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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불쌍한 장애인’(?)과 나의 딸2006-08-18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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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 작문 주제를 바꾼 이유

어느 날, 딸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낸 숙제를 보여주었는데 다름 아닌 ‘불쌍한 장애인에게 봉사’하는 것이었다. 나는 장애인복지 관련 직장에 근무하고 있어 딸아이의 숙제 내용이 무엇인가 잘못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애인은 무조건 봉사 대상인가?

세상의 사물과 생명을 아름답게 보고 느끼고 해야 할 초등학교시기의 딸아이에게 학교 숙제는 오히려 차별과 편견을 가르치고 있었다. 모양이 다르면 불상한 것으로, 소중한 인간의 존엄성을 흑백논리로 구분하게 해 불쌍한 사람, 못사는 사람, 잘사는 사람으로 편 가르는 사고를 자연스럽게 심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세상의 이치를 판단할 줄 모르는 초등학교 3학년 나이의 어린이에게 장애인은 불쌍하고 봉사해야 하는 대상이란 사고가 자리를 잡게 되는 상황에서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딸아이에게 봉사하는 숙제 대신 그냥 아빠의 직장에서 평소 경험하고 느낀 점만을 소감문으로 써보라고 하고 숙제 방식이 바뀐 것에 대해 학교 선생님의 양해를 구했다.

딸아이의 새로운 숙제인 소감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난 아빠와 함께 장애인오빠, 언니들이 교육받는 학교 사택에 살고 있다. 처음 이사를 와 학교를 오갈 때 장애인 오빠, 언니들이 무서워서 멀리 돌아왔다.

장애인오빠, 언니들은 다리를 절고, 휠체어를 따고, 나무로 된 것을 가지고 다니고, 손이 없고, 얼굴이 이상하고, 키가 작고해서 나는 아빠와 장애인학교에서 산책 할 때도 아빠 곁에서 손을 잡고 다녔다.

장애인학교에서 산책하던 중 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저 장애인들은 이상하게 생겼고 가까이 오면 무섭고, 너무나 불쌍해 보여.’

그때 아빠의 말씀이 난 기억이 난다. 아빠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상정아. 저 장애인오빠, 언니들을 불쌍하게 보면 안돼. 단지 몸이 불편할 뿐 우리와 똑같이 공부하고 또 똑같이 생각하고, 부모님이 게시고, 우리와 똑같이 행복을 느끼고 해.’

아빠는 장애인 오빠, 언니들이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힘이 들지만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해주셨고
장애인오빠, 언니들은 더욱 이 세상을 기쁘고 행복하게 살려고 밤늦게 까지 공부하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아빠는 장애인은 이상한 병을 앓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마음껏 뛰고 친구들하고 놀기도 했으나 교통사고 또는 뜻하지 않은 병으로 장애를 입은 것이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와 비교하면서도 말씀하셨다

상정이 같이 생긴 사람이 이 세상에는 없다고, 상정이는 이 세상에 하나님에 만드신 단 한명 뿐 이라고, 그래서 상정이는 소중한 사람으로 사랑 받아야 하고, 그래서 아빠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빠는 장애인오빠, 언니들도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난 아빠가 말씀하신 것이 어려운 말이라 이해가 가지 않아 여전히 장애인 언니, 오빠들을 피해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장애인학교에서 사택 가족과 함께하는 체육행사가 있었다. 행사에서 장애인오빠, 언니들하고 같이 달리기도하고 휠체어도 타보기도하고, 눈감고 걷는 경주도 해보았다.

재미는 있었는데 너무나 힘이 들었다. 잠깐 해보는 내가 힘이 드는데 장애인오빠, 언니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힘든 상황에서 공부까지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장애인오빠, 언니들은 내 옆에 와서 나를 귀여워하고 너무나 잘해주었다.

내가 휠체어를 타고, 눈을 감고 거닐고 해보니 너무나 힘이 들었지만 장애인오빠, 언니들하고 같이 있으니깐 나도 모르게 너무나 제미 있었다.

장애인오빠, 언니들은 무거운 휠체어, 나무로 된 발을 의지하고 달리기를 했다.

장애인 오빠, 언니들이 얼마나 힘이 들까? 잘 걷지도 못하고 달리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참고 열심히 공부하는 장애인오빠, 언니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같이 어울리니 우리 오빠삼촌 오빠나 언니들처럼 옛날부터 친한 사이같이 되었고, 아빠 말씀처럼 소중한 사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나도 장애인오빠, 언니들 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함께 재미있게 놀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장애인오빠, 언니 힘내세요.”

내 딸 아이의 소감문을 통하여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편견해소에 있어 초기 교육과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난 내 딸아기가 대견스러울 뿐이다.

한시대의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사고와 행동은 그 시대를 지나면 무 자르듯 단절되는 것이 아니고.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파된다는 것이기에 우리는 초기 학교에서 또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참되게 세상을 보고 다른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교육의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어릴 적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장애인이 오면 가까지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부모님들은 장애인들이 가까이 오면 병이 전염된다고 까지 하셨다. 장애인복지 관련으로 일하고 있는 나에게도 부모님의 장애인관이 나의 잠재의식에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 한다. 물론 과거의 시대보다 많이 변해 우리의 사고도 많이 열려 있지만 아직도 우리들의 기성세대의 잠재되어 있는 구분과 차별은 자녀들에게 무의식적으로 轉移(전이)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 나라를 책임질 자녀들에게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자연스러운 나의 이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도록 우리 기성세대가 실천 가능한 것부터 노력하고 분위기를 형성해 주어야 한다.

거리에 장애인, 비장애인이 어울려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는 자연스러움이 우리 생활에 녹아나야 ‘차이’가 차별이 아닌 ‘다양함’으로 세대를 통하여, 시대의 변화를 통하여 전염될 것이다. 그래서 전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너무나 최우선의 중요한 국가적 정책이다.

아이들의 초기부터의 통합적인 교육과 함께 어울림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주는 내 딸아이의 소감문에서 함께하고, 함께 지내면 무서움, 불쌍함이 자기도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것이고,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배려가 대신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장애인과 비 장애인, 인종차별을 떠나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에서 차이를 사랑하고 인정하며 함께 교육받는 사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거니는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로 향한 유토피아가 아닌가.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제주지사 고용지원담당 오창식씨가 보내오신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여러분들의 기고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기고 보내주실 곳: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기고/오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