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장애인 직원쓰는 가평읍 소재 K사
장애인 그만두자 집에 찾아가 다시 데려와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있으나 이를 편법으로 피해가는 일부 기업의 양심 잃은 모습들이 종종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온다. 일하던 장애인이 직장을 그만 두고 나가자 사장이 직접 가서 다시 데려다 고용하는 흔치 않은 일터가 있어 취재를 해보았다.
이 따뜻한 직장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 위치한 K주유소. 이곳은 두 명의 장애인을 고용하여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며 일하고 있었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직원 한 명과 정신지체로 지능이 조금 낮은 장애인 한 명. 하지만 이 두 직원은 여름 태양이 무색하리만큼 흐르는 땀을 잊고 맡은 바 일에 충실하게 하고 있었다.
먼저 주유소 대표 김태형(33·남)씨를 만나 몇 가지 질문을 해봤다.
-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7년 전부터 틈틈이 나와 일하던 분(장애인)이 있었는데 계속 지켜보니까 일도 열심히 하고 밝은 성격이 보기 좋아 이젠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고 비장애인 직원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일거리를 주게 된 것이지요.”
- 장애인을 채용해 영업에 불이익은 없었나요?
“음, 반반인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분도 있고요. 타지에서 온 사람들 중 어떤 분은 (장애인)직원들이 일하는 게 좀 답답해 보였는지 본인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사람도 있지요. 저를 불러 주유를 직접 하라고까지 언성을 높일 때도 있었습니다.”
- 그럴 땐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어차피 타지인들이고 뜨내기 손님들이라 그리 마음에 두진 않지만, 그 소리를 들은 직원이 마음이 위축될까봐 걱정되더라고요.”
김 대표는 장애인 직원이 혹시라도 손님의 몰지각한 발언에 상처나 입지 않았을까 오히려 걱정 섞인 대답을 했다. 이에 덧붙어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 하겠냐는 질문에 “당연하죠. 지금껏 같이 해온 정이 얼만데요” 라고 하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직원 한 명이 일을 그만두고 간 것을 다시 데려왔다는데 어찌된 내용인지 질문을 하니 “아, 정신지체장애인 직원인데 어느날 갑자기 안 나와서 집으로 찾아가 보니 제가 내쫓았다고 집에 말한 뒤 집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원 가족에게 설명을 해주고 다시 데려온 것이지요. 직원 나름대로 일이 벅찼었나 봅니다” 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덧붙여 김태형 대표는 “요즘 보면 장애인들, 정부에서 자기 앞으로 나오는 돈을 가지고 쓰기만 하지 일자리 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직원들은 그래도 자신들이 맡은 일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때 참 대견합니다. 능력이 되는 만큼 장애인들도 일을 해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엔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 중 한 명인 김영찬(32·소아마비)씨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 이곳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어떻게 되세요?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
“7년 전인데요. 고등학교 졸업 후 먼저 계시던 사장님의 사모님이 한 번 나와서 일 해보라고 해서 그때부터 시작했어요.”
-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가 언젠가요?
“자동차들이 많이 주유하러 들어올 때요.”
- 그럴 땐 힘들지 않으세요?
“아니요. 바쁜 게 좋아요.”
- 그럼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느낄 때는요?
“월급 타는 날이요.”
- 일하면서 비장애인들에게 서운했던 일이나 안 좋았던 일은 없으세요?
“ 네.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렇듯 김영찬씨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시원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끝으로 앞으로 꿈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열심히 일해서 조그만 가게를 가지고 싶다”고 밝히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취재가 끝나고 나서는데 불편한 몸으로 제 차 문까지 열어주며 취재하느라 고생했다고 배웅해 주는 김영찬씨. 그가 볼 때도 불편한 내 몸놀림이 신경쓰였나 보다. 이날은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 삶의 현장을 공감해본 매우 뜻 깊은 날이었다.
출처 : 에이블뉴스<박준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