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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행복스테이션-KTF ‘비기 공부방’2005-08-26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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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채팅을 가장 하고 싶어요. 미니홈피도 꾸미고요. 물론 숙제도 할 수 있겠죠. 컴퓨터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지난 19일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십대지기’ 청소년비전센터 2층. 3평 남짓한 작은 컴퓨터실 안으로 최신형 컴퓨터가 한대 한대 들어가자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모여들었다. 이곳 쉼터에서 살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반가운 선물이었다.

‘십대지기’ 컴퓨터실은 이동통신업체 KTF가 만드는 ‘비기IT공부방’ 25호점이다. KTF는 2003년 7월부터 매달 저소득층 및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비인가 대안학교나 공부방에 컴퓨터와 인터넷선으로 IT공부방을 만들어주고 있다. 설치비용은 회사측이 매년 1억2천여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출연해 만드는 ‘비기지기 기금’에서 충당된다.

‘비기IT공부방’은 서울 동숭동 탈북청소년 공부방 ‘셋넷학교’, 지리산 자락인 전남 남원의 ‘실상사 작은학교’, 울릉도 ‘방과후 학교’ 등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박성수 KTF 사회공헌팀 과장은 “청소년 정보화교육의 필요성은 누구나 느끼지만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비인가 대안학교나 공부방 등은 사회의 관심부족과 재정문제 등으로 여전히 ‘정보통신 소외지역’으로 남아 있다”며 “청소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꿈과 희망을 길러주기 위해 비기IT공부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십대지기’는 의정부의 유일한 청소년문화공간이다. 가출한 여자청소년들을 위한 의정부시 청소년쉼터, 중·고생 동아리 활동을 위한 문화공간 '친구’, 대안학교 ‘시소학교’ 등이 4층 건물에 옹기종기 입주해 있다.
쉼터의 청소년만 16명, 대안학교와 문화공간까지 합쳐 매일 수십명의 청소년이 드나들지만 그 흔한 컴퓨터 한대 없어 곤란을 겪어왔다.

이날 ‘십대지기’ 컴퓨터실엔 최신형 컴퓨터 5대가 설치됐다. 화상채팅을 하고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화상카메라와 스캐너도 놓였다. 의정부 지역 무선이동통신 교환업무를 담당하는 KTF 강북교환2팀 직원 6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컴퓨터를 설치하고 쉼터 청소년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청소하고, 점심을 만들어 먹고, 4행시 짓기, 수화 배우기 등을 했다. 하이라이트는 새 컴퓨터실에서 열린 정보검색대회. 자원봉사자와 청소년들은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을 검색해 ‘의정부 초·중·고교를 합친 숫자’ ‘의정부시 마스코트’ ‘취직할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 등을 찾아 부지런히 답안지를 메웠다. 김미나양(가명·15)은 “컴퓨터를 쓰고 싶어 시에서 운영하는 정보도서관까지 한시간을 걸어가곤 했다”며 “쉼터에서 편안하게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진영미양(가명·15)은 “새 컴퓨터로 열심히 연습해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따겠다”고 야무진 꿈을 밝혔다. 쉼터에서 생활하는 소녀들은 대부분 스스로 집과 학교를 벗어난 가출 청소년들. 오경옥 실장은 “가정과 사회에서 많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다시 꿈을 갖고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즐거운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김용범 팀장(48)은 “큰 일도 아닌데 아이들이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정병해씨(42)는 “아이들과 게임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도배나 화장실 청소보다 훨씬 힘들었다”면서도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깨달은 바가 많다”고 말했다. 김준수씨(34)는 “아이들이 컴퓨터에 대해 많이 배우고 싶어한다”며 “앞으로 틈을 내어 문서작성 요령이나 인터넷 활용방법 등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들은 꿈을 얻었고, 자원봉사로 나선 KTF 직원들은 보람을 얻었다. 박과장은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동시에 우리 회사가 능력을 갖고 있는 게 바로 IT분야”라며 “비기IT공부방 만들기를 통해 청소년들은 꿈을 갖게 되고, 직원들은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최명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