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 초등학생 백일장 대상 작품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이하 장애인먼저)와 소년한국일보가 ‘제8회 전국 초등학생 백일장’을 통해 선발한 시, 산문, 독후감, 방송소감문 등 총 4개 부문 대상작품을 소개한다. 이 작품들은 응모작 1만6천여 편 중에서 1위로 뽑힌 작품들이다.
시 부문 조민영(인천 인주초등 6년), 산문부문 정근실(전북 초저초등 5년), 독후감 부문 허환(경기 정발초등 6년), 방송소감문 정동우(울산 영화초등 2년) 학생이 각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초등학생들의 장애인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시 대상/마음으로 보는 세상
인천 인주초등학교 6학년 1반 조민영
탁탁탁...
지팡이를 의지해 길을 간다.
탁탁탁
지팡이를 의지해 세상을 본다.
스무 걸음 쯤 걸어 시장 가려나.
지팡이를 다시금 탁탁탁...
스으륵 스으륵...
스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지팡이를 든 사람의 어깨에도
지팡이를 안든 사람의 어깨에도
활짝 핀 벚꽃나무에서
꽃비가 내린다.
지팡이를 안든 사람은
꽃비를 눈으로 보고
지팡이를 든 사람은
꽃비를 마음으로 본다.
눈으로
마음으로
꽃비를 보며
어느새 시장에 도착했다.
탁탁탁
행여, 진열된 과일더미 쏟을까
조심스런 발걸음
향기로운 딸기향
구수한 부침냄새
지팡이든 사람도
지팡이 안든 사람도
같은 곳을 본다
같은 향기
같은 냄새를 마신다.
탁탁탁
지팡이 든 사람도
지팡이 안든 사람도
봄나물을 산다
봄 과일을 산다.
봄 냄새 물씬 맡으며
탁탁탁
길가에 핀 개나리를
마음으로 본다
실제보다 더 예쁜 개나리를...
낮보다 밝은 마음의 눈으로 본다.
탁탁탁
지팡이 든 사람도
지팡이 안든 사람도
모두 다 이웃이다.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사는 이웃
마음으로 세상을 보며
사는 이웃
우리는
보는 눈이
아주 조금 다른
이웃이다.
산문 대상/종근이의 가슴에는 별이 몇 개일까?
김제 초처초등학교 5학년 정근실
우리학교는 전교생 54명이 다니는 작은 시골학교이다. 54명 모두 친형제 자매처럼 지낸다. 그런데 그 54명 중에 4학년에 종근이와 동욱이는 장애를 가졌다. 종근이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졌고 동욱이는 다리가 불편한 친구이다.
모두가 친하게 어울려 지내고 있지만 말도 못하고 침만 흘리는 종근이와 다리가 불편하여 운동장에서 같이 뛰어 놀 수 없는 동욱이는 항상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3월 초 급식실에서 급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을 때 우리는 침 흘리고 먹는 손길이 부드럽지 못하여 잘 흘리는 종근이 옆에 서로 앉지 않으려고 왔다 갔다 하다 배식판을 엎지르는 사고가 생겼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그런 태도를 보시고 화가 나셨다. 5교시 수업시간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종근이 보다 잘난 점 10가지를 써보라고 하셨다. 또 종근이가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 있으면 10가지를 써보라고 하셨다.
잘난 것 10가지 자신있게 쓸 줄 알았다. 내가 공부 더 잘하고 똑똑하고 그런데 그 다음부터 생각이 막혔다. 다시 종근이가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을 생각해 보니 종근이는 우리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당황하자 선생님께서는 종근이 좋은 점을 써보라고 하셨다. 그 점도 없을 걸로 생각하였는데 종근이의 좋은 점은 많았다. 매일 선생님들이 출근하시면 환하게 웃으며 제일 먼저 뛰어가 인사하고, 한번도 다른 사람 못살게 건드리지 않고, 선생님이나 우리가 무엇을 시키면 조금 엉터리로 하더라고 좋아라 거절하지 않는 마음씨, 종근이의 좋은 점을 생각하니 갑자기 종근이의 그 선한 미소가 떠올랐다.
선생님께서는 상대방의 외모만 보고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육체적인 장애보다 더 큰 장애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육체적으로 멀쩡한 사람이 더 많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며 상처를 준다고 하셨다.
다리가 불편한 동욱이는 우리가 운동장에서 뛰어 놀 때 얼마나 부러워하며 뛰어 놀고 싶은가, 말도 못하는 종근이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하였는가 반성해보자고도 하셨다.
우리는 불편함이 있는 친구들을 그 불편함을 도와 주려고는 하지 않고 멀리하여 자기가 가진 장애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을 이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찬물만 끼얹은 것이었다.
내 손가락 하나 다치면 엄상을 피우고 지구상에서 제일 아픈 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장애 속에 있는 고통과 아픔에는 무관심했던 나였다.
다음날 종근이를 보니 종근이는 여전히 활짝 웃어주었다. 동욱이도 휠체어를 열심히 밀며 밝은 모습으로 지나갔다.
종근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종근이의 가슴엔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몇 개 일까? 생각해 보았다.
왜 이제까지 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는 반짝이는 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외형의 아름다움만 생각하고 마음 속에 박힌 반짝이는 보석은 보지 못했는지 후회되었다.
우리는 이제 지나가는 동욱이의 휠체어를 서로 밀어주고 말 못하고 침만 흘리는 종근이와 ‘이렇게 해, 아님 저 것’ 하면서 소리치고 온 몸으로 하는 대화를 나눈다. 조금은 답답하고 느리지만 그래도 종근이의 뜻을 알아내려고 우리는 요란한 대화를 나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이해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빛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독후감 대상/아빠에게 돌 던지는 아이를 읽고
경기 정발초 4학년 2반 허 환
몇 달 전 우리를 위해 아침마다 기도를 해주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는 척수술을 하셔서 걷는 것이 조금 불편하셨다. 하지만 레슬링보기를 즐기셨고, 게임과 내기를 좋아하셨으며, 나보다 동요도 더 많이 알고 계셨다. 우리 집에 오시면 나와 함께 주무시고, 노래도 많이 알고 계셨다. 할머니께서는 몸은 많이 아프셨지만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살아있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셔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다. 엄마는 할머니께서 심심하실까봐 우리 집에 자주 모시고 오셨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답답해하신다고 호수공원과 마두공원으로 산책을 자주 나가셨다.
“환이야! 호수공원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환이야, 할머니는 환이가 롤러브레이드 타는 모습이 제일 멋있더라. 롤러브레이드 타고 같이 가자.”
“할머니, 숙제가 많아서 숙제해야 돼요.”
“호수공원에 갔다 와서 할머니가 도와 줄 테니까, 가자.”
“할머니는 모르는 숙제에요. 책 읽고 독후감 다섯 개 써야 해요.”
“그럼 내일 마두공원에 같이 가자.”
나는 사실 컴퓨터게임보다 롤러브레이드 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것도 호수공원을 씽씽 달리면서 타는 기분은 구름 위를 날아가는 것 같이 환상인데...
숙제는 핑계였다. 휠체어를 타신 할머니와 함께 나가기가 싫어서였다. 3학년에 되어서 자기소개시간에 내가 발표를 했다.
“하나님께서 장애인을 사랑하라고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 날 나를 태어나게 해주셨어.”
“낄낄낄. 4월20일은 허환의 날이야.”
“장애자 허환의 날.”
아이들은 내가 한말을 가지고 계속 “애자” “애자” 하면서 놀렸다. 그 전만 해도 특별한 날 내가 태어났다고 항상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휠체어를 타신 할머니와 공원에 가다가 친구들이라도 만나면 ‘얼마나 나를 놀릴까?’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롤러브레이드 타는 것을 포기하고 할머니와 산책하는 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아빠에게 돌 던지는 아이’라는 책을 읽고 내가 너무 부끄럽고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울었다. 아빠에게 돌 던지는 아이 철우의 아빠는 장애인이시다. 철우는 그런 아빠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에게도 당당하게 말한다. 철우가 당당하니까 친구들도 철우를 놀리지 않고, 친하게 잘 대해준다. 하지만 동네 할아버지들은 장애인이 마을에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시면서 철우네 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