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작년말부터 삭제한 지표 들춰보니…
직장을 퇴사한 지 1년이 지난 실업자, 즉 ‘장기 실업자’가 올들어(1~4월) 월평균 18만명이 넘어 관련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업자 5명중 1명 이상이 이같은 장기 실업자로 분류되는 등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겉으로 드러난 실업통계와는 달리 ‘실업의 질’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실업자 통계는 통계청이 6년간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표해오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방적으로 삭제한 지표라는 점에서 통계청이 현 경제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통계를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자의적으로 은폐하려는 게 아니었느냐는 의혹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1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김양수(한나라당·경남 양산)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월별 전직실업자 통계에 따르면 직장을 그만둔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업상태에 빠져 있는 장기실업자는 올들어(1~4월) 월평균 18만3000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같은기간(17만4000명)에 비해 5.2% 늘어난 것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2월에는 19만5000명에 달해 1999년12월(20만1000명)이후 6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전체 실업자에서 장기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3%로 역대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장기 실업자 비중(각 연도 1~4월기준)은 2000~2001년 15~16%대, 2002~2005년 17~18%대를 유지했으나 2006년 들어 20%대에 진입하며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실업상태가 장기화·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실업자의 상당수가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면서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은 문제없는 듯이 보이지만 고용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실업률이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은 자체 통계정보시스템인 코시스(KOSIS)를 통해 99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해오던 이 통계를 지난해 11월부터는 사전예고 없이 삭제했다.
이에 대해 전신애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표본조사상 대표성이 떨어질 수 있어 삭제했다”며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출처 : 문화일보 송길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