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성명서 전문(6월 7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지난 5월 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비맹제외기준(非盲除外基準)을 설정하고 있는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가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함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현실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유지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한다.
먼저 우리는 헌재의 위헌판결의 결정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시각장애인 안마와 관련된 헌재의 판결은 이미 2003년에 합헌이라는 판결이 있었다. 물론 심판의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그 핵심내용은 동일한 사안이다. 2003년의 결정요지에서 분명히 안마사업은 누구나 종사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라 행정청에 의해 자격인정을 받아야만 종사할 수 있는 직역이라고 규정하고 그 자격인정 요건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으로서 의회유보 원칙을 준수했다고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행정부의 장애인 복지 시책 일환으로 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에 한해 부여하는 것도 행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달린 일이라고 해야 한다는 판결이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시각장애인의 생계보장 등 공익에 비하여 비(非)시각장애인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침해의 강도가 지나치게 커서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판결이 번복되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번 판결은 장애인의 삶과 직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합리적 차별에 대한 무지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측된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안마업에 의한 생계보장은 비시각장애인이 갖는 생계보장의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이해했어야 한다. 2003년의 헌재판결은 이를 이해하여 판결에 적용했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이를 철저히 고려치 않은 신중치 못한 판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비시각장애인의 기본권침해 문제가 시각장애인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인가? 이러한 신중치 못한 판결로 인해 이미 시각장애인이 자살하였고,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부분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에 적지 않은 복지예산을 시각장애인의 기초생활 유지를 위해 투입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또한 헌재는 꼭 위헌판결을 내려야만 했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호적법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위헌인 경우라도 위헌선언을 해버리면 사회적 파장과 혼란이 너무 클 경우 입법자의 권한을 존중하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여 그 조항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정합헌, 한정위헌, 일부위헌, 헌법불일치 그리고 입법촉구 방법 등, 변형결정을 함으로써 판결의 유연성을 두고 있음에도 헌재가 위헌이란 극단의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안마사 유보직종 제도는 서구복지사회에서도 시각장애인의 고용을 효과적으로 창출하고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로도 매우 긍정적인 복지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문제의 무지로 인한 판결을 내림으로 장애인을 사회적 정리해고를 시켜 자살과 실업을 심각하게 발생하게한 헌재재판관은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고용을 위한 정책프로그램들이 즉각 개발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시각장애인의 고용창출은 매우 힘들고 다학문적인 방법이 집중적으로 특별한 제도에 의해 시도되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시도는 입법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의 집중적이고 총체적이며 다양한 정책프로그램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로 안마업에만 의존하게 만드는 교육정책, 직업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체입법을 제정한다하더라도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입법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시각장애인의 자살과 실업을 야기시키는 헌재재판관은 즉각 사퇴하라
2. 정부는 시각장애인의 고용을 실질적으로 창출시키는 정책프로그램을 즉각 실시하라
출처 : 에이블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