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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복지부 '체육기금 100억원 우리가 쓰겠다'200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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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문광부에 조건없이 이관' 약속 잊어버린듯
한때 선수연금 중단 위기…선수들 일주일째 농성


■장애인복지진흥기금 250억원 논란

보건복지부가 문화관광부로 장애인복지진흥기금(약 250억원, 옛 장애인체육진흥기금)을 넘기지 않아 장애인체육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이 중단될 위기를 맞는 사태가 벌어졌다.

연금 지급을 관장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은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체육 업무를 문화관광부로 이관하면서 같이 넘기기로 약속했던 장애인복지진흥기금이 넘어오지 않자 문화관광부 장애인체육과측에 연금 지급 중단 방침을 최근 통보했다.

연금 지급일인 30일 국민체육진흥공단측에서 결국 장애인체육 선수들에게 연금을 지급했지만 이번 사태는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장애인체육의 문화관광부 시대가 개막된 현재,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지 짚어본다.

2005년 5월, 장애인복지진흥기금 전액 이관 결정

장애인체육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이관하기 위한 논의는 지난 2004년 9월 제12회 아테네장애인올림픽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애인체육 선수들을 비롯한 장애인계의 열망을 받아 정부는 같은 해 11월 9일 사회문화장관회의에서 이관방침을 굳혔다.

이렇게 이관이 결정됐지만 보건복지부와 문화관광부의 이관 논의는 생각대로 빨리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참고 있던 장애인체육 선수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선수들은 그동안 받았던 훈·포장을 반납했고, 2005년 5월 10일부터 3박4일간 청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보이콧을 시도했다.

결국 보건복지부와 문화관광부가 협상을 시작했고, 양측은 5월 30일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관리하는 장애인복지진흥기금 전액(당시 약 248억원)과 장애인종합수련원 부지와 건립비 관련 국고잔액(67억7천만원) 및 삼성 기부액(100억원)을 문화관광부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날인 6월 1일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종합수련원 부지 소유권 이전, 기금 소유주 변경 등 구체적인 인수인계 작업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통과 후 설립될 예정인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간 협의를 통해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11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됐고,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시간을 두고 장애인체육 관련 모든 서류를 대한장애인체육회로 넘겼다. 당시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에서 일했던 체육관련 주요 인력이 대한장애인체육회로 옮겨가기도 했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2005년 12월을 끝으로 장애인체육 우수선수 160여명에 대한 연금 지급도 중단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측에서는 정관을 개정해 2006년 1월부터 장애인체육 우수선수에 대한 연금 지급을 시작했다.

이후 문화관광부 장애인체육과측은 지속적으로 공문을 보내 장애인복지진흥기금 소유주 변경, 종합수련원 부지 소유권 이전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청했지만, 보건복지부는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복지부 ‘150억원만 이관’…장애인선수, 진흥회 점거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지난 5월 22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문화관광부 관계자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날 보건복지부측은 장애인복지진흥기금은 장애인체육 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250억원 중 100억원은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문화관광부측은 ‘애초 약속한대로 전액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소식을 장애인체육 선수들에게까지 알려졌고, 장애인체육 선수들은 ‘장애인체육기금 이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난 23일 오후 4시께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 11층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회의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측은 현재 “장애인복지진흥기금은 우리의 기본재산이며, 이와 관련한 보건복지부와 문화관광부의 협의 과정에 우리는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측은 “장애인체육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장애인 복지사업에도 쓸 수 있도록 정관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사진들도 앞장서서 기금 전액 이관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체육 선수들은 “이 기금은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위해 88년 서울올림픽과 서울장애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잉여금으로 조성된 것이며, 장애인체육 선수들이 거리로 나가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것으로 문화관광부로 넘기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장애인체육 선수들은 “보건복지부와 문화관광부가 이미 1년 전에 넘기기로 약속했던 것은 보건복지부에서 전액 예산을 지원을 받는 산하기관인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거부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매달 장애인체육 선수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온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은 문화관광부 장애인체육과측에 장애인복지진흥기금이 넘어오지 않는다면 5월부터 장애인체육 선수들에 대한 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왔으며, 연금지급일인 5월 30일 현재 이는 현실이 될 뻔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장애인체육과측에 연금 중단 공문을 보냈지만, 내부적으로 연금을 담보로 문제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선수들에게 연금을 지급했다”면서 “다른 방법을 통해 기금을 전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금의 공식 명칭은 ‘경기력향상연구연금’. 기존 ‘장애인우수선수연금’이라는 이름이 일반 체육선수들이 받는 연금과 같은 이름으로 바뀐 것. 그동안 일반선수의 60% 수준이었던 지급액도 올해 80% 수준까지 인상됐다. 내년부터는 일반 선수와 똑같은 수준에서 지급하겠다는 것이 현재 문화관광부측의 계획이다.

특히 일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명의로 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 연금을 지급받는 장애인체육 우수선수는 약 160여명. 이들에게 지급되는 한달 연금 총액은 약 1억원에 이른다. 장애인복지진흥기금이 넘어오게 되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복지진흥회 김정열 사무총장 일본 출국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다.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섰고, 지난 29일 보건복지부와 문화관광부 관계자들과 만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측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해왔고, 회의는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장애인복지진흥기금 이관과 관련한 실무자들인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김정열 사무총장과 보건복지부 이영일 사무관은 29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대성 정책기획실장 등과 함께 올해부터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된 장애인복지회관 건립사업과 관련, 일본의 장애인복지회관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떠났다. 이들은 일주일 정도 일본에 머무를 예정이다.

‘장애인체육진흥기금 이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장애인체육 선수들은 지난 29일 오전 김 총장을 만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찾아갔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비대위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장애인선수위원회 봉덕환 대변인은 “선수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열 총장이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데, 일본으로 떠난 것은 한마디로 선수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봉덕환 대변인은 “우리들이 투쟁으로 일궈놓은 기금을 직원들 월급을 주는데 까지 썼던 진흥회측이 또 다시 선수들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넘겨주느니 마느니 하는 처사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오는 6월 5일 이사회를 열어 장애인복지진흥기금 이관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복지진흥기금 이관과 관련해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의제로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관광부 장애인체육과 김종호 과장은 “부처간에 전액 이관을 합의한 것이 벌써 1년이 됐는데, 이제 와서 100억원을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애초 약속했던 대로 전액을 모두 넘겨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측은 에이블뉴스의 인터뷰 요청에 ‘응답해줄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출처 : 에이블뉴스<소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