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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회적기업 "삶과 환경"을 찾아서200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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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떻게 가서 나와야 하지?”
"이쪽 길로 돌아서 나오면 되지."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삶과 환경'은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다. 이 업체의 직원인 양광재(45)씨. 2005년 1월부터 이 일을 시작한 그는 이제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달인이 됐다.

작업을 시작해서 1시간만 지나면 대략 하루 수거할 음식물쓰레기량을 가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음식물이 나오는지도 족집게처럼 맞춘다.

1년 넘게 일하면서 능숙한 솜씨를 보이고 있는 양씨지만 꾸불꾸불한 일반 주택지에서 일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청주시는 문전 수거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달치 스티커(5ℓ기준으로 한 달 가격 1000원)가 붙은 5ℓ짜리 음식물 쓰레기통을 하나하나 수거해야 한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 더 힘든 건 여름 음식물 처리.

"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요. 간혹 지난달 스티커를 그대로 두는 분들이 있어요. 그럼 며칠 째 음식물 쓰레기가 썩게 되고 벌레들이 생깁니다. 나중에 스티커가 교체돼 음식물 통을 열면 구더기가 손을 타고 올라오죠."

사회적기업 '삶과 환경'에서 음식 폐기물 수거를 담당하고 있는 양광재씨, 직업상 낮과 밤이 뒤바뀌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미 사업실패의 쓴맛을 경험한 그에겐 안정적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월급쟁이로 사는 게 행복하다.

양광재씨는 삶과 환경에서 일하기 전 자영업을 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빚이 늘어가자 도저히 생활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활후견기관을 찾았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더러운 일'까지 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단다. 그러나 일이 익숙해지고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더구나 사회적 환원을 할 수 있는 '삶과 환경'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일을 하면서 직업 의식이라는 게 생겼어요. 다른 회사와 달리 눈속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일할 수 있고, 땀흘려 일한 대가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고요."

물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삶과 환경의 경우 청주시 1/4지역의 아파트와 단독주택, 음식점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맡고 있는데 이상하게 나머지 다른 세 회사들에게 비해 항상 수거량이 적다. 1등 업체와의 수익이 2005년 기준으로 2억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사실 사람사는 게 엇비슷해서 음식점 빼면 주거지역은 음식물 쓰레기량이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회사는 한 번 무게를 달 때 7~8톤씩 나오는데 우리는 6.5톤 정도 밖에 안 나오면 정말 답답하죠. 음식물쓰레기 무게가 곧 돈인데.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불가사의해요. 그렇다고 우리가 속임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양씨는 삶과 환경을 평생 일터로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낮과 밤이 뒤바뀌어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회사가 더 잘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만에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신용불량자·차상위 계층 17명이 이 곳에서 자립의 틀을 잡았다. 월급도 170만원 수준으로 다른 사회적 기업에 높은 편이다.

삶과 환경은 사실 청주자활후견기관과 충북실업극복협의회·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사회적 기업 미래자원(청원 소재) 등 4개 단체가 함께 저소득 주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하면서 2004년 9월 만들어졌다. 어떤 업종을 선택할까 고심하던 중 주목한 것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삶과 환경이 단기간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음식물류 폐기물 직매립 금지'라는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2005년 1월 1일부터 특별시와 광역시 또는 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바로 매립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지자체에서는 음식물폐기물 수거와 운반을 민간에 위탁하게 됐고, 삶과 환경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초기 자본금 5억원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삶과 환경 김경락(33)대표는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결국 실업극복국민재단과 지역자활후견기관 등 비영리기관과 주변의 도움을 얻어 자본금을 만들어내고, 사업권도 따낼 수 있었다.

사업권을 따낸 이후에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엇보다 "더러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의 자존감을 극복하는 게 과제였다. 김경락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엔 아파트는 낮, 단독주택은 밤에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했어요. 당연히 낮에 일하겠다는 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닌 거예요. 아차 싶었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육도 하고 전직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총회나 운영위원회를 만들어나갔지요."

거기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경험이 없던 초보자들이 하는 일이라 사고도 많았다. 지금이야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사업 초창기에는 "왜 우리집 음식물쓰레기는 안 치워갔느냐"고 민원이 빗발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물쓰레기를 자기 집 앞에 내놓는 문전 수거 방식에서는 골목골목 지리에 밝아야 한다. 더구나 작업이 밤에 이루어지는 탓에 자칫 잘못해서 골목 하나를 그냥 지나치면 낭패를 보기 쉽다. 그 때문에 초기에는 지도를 가져다 놓고 세밀히 살피고, 낮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수거 방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자들끼리 경험도 공유했다.

올해부터 삶과 환경은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지역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가 가능할 수 있도록 4개조 16명의 순환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거작업도 수월한 동네가 있고 그렇지 않은 동네가 있는 만큼 작업의 형평성을 맞추고, 혹시 생길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매번 똑같은 지역에서만 작업을 할 경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작업자가 빠지면 구멍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삶과 환경은 월 평균 7천만원 가량 수입을 올리고 있다. 위탁기간이 2007년까지고 보호된 시장에서 활동하는 만큼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안주하는 순간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게 김경락 대표의 생각이다.

"현재 시스템은 음식물쓰레기통을 돈통으로 만드는 구조죠. 음식물을 수거하는 양에 따라 돈을 지급하니까. 지역 환경단체와 함께 자원순환포럼을 만들어 제도 개선에 힘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수거량이 아니라 처리 세대 수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삶과 환경은 직원들이 "더럽고 힘든 일을 한다"는 생각 대신 환경을 개선하는 감시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외칠 날이 멀지 않도록 말이다.

출처: 오마이뉴스